오래 사는 지혜

 

 

오래 사는 지혜

 

 <사진 / 고산오름회제공> 

 살다보면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을 만난다.

모자를 꼭 쓰는 사람과 가능하면 쓰지 않거나 답답하다고 쓰지 않는 사람, 나는 두 번 째 경우다. 모자만 안 써도 행복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는 얼굴이 자연에 그대로 노출되어 겨울 한철을 빼놓고는 항상 얼굴과 목덜미가 새카맣다.

그래서 서울특별시사편찬 위원회가 펴낸『동명연혁고(洞名沿革古)』의 ‘마포구’ 편에 실린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조선시대에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로 목덜미가 까맣게 탄 사람을 ‘왕십리 미나리 장수’라 하였고 얼굴이 까맣게 탄 사람을 ‘마포 새우젓 장수’라 하였다.

그 이유는 왕십리에서 아침에 도성 안으로 미나리를 팔러 오려면 아침 햇빛을 등 뒤에 지고 와 목덜미가 햇볕에 탔기 때문이고, 마포에서는 아침에 도성 안으로 새우젓을 팔러 오려면 아침 햇빛을 앞으로 안고 와 얼굴이 햇볕에 새까맣게 탔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얼굴이 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므로 모자는 물론이거니와 복면강도와 같은 형태로 얼굴에 수건을 가리고 걸어가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옛 사람들은 햇빛에 노출된 머리를 어떻게 관리했으며, 밤에는 어떻게 관리했을까?

 

“머리란 모든 양陽이 모이는데다가, 모든 음맥陰脈은 다 목. 가슴속까지 왔다가 도로 간다. 유독 모든 양맥은 다 올라가서 머리에 까지 오는 까닭에 얼굴이 추위를 견디게 한다.

이 때문에 아이 기르는 자는 그, 아이의 머리털을 갈라 주어야 하고, 양생養生하는 자는 곤륜崑崙을 다듬어야 한다. 곤륜을 다듬는다는 것은, 항상 두부頭部를 씻고 빗질함을 이름이다. 그러므로 바람과 서리(風霜)가 뼈를 도려내는 듯 해도 다닐 적에 얼굴을 싸매는 일은 있지 않다.

밤에 자면서 얼굴을 덮는 사람이라면 물어볼 것 없이 양기陽氣가 부족한 까닭이다. 응거應壉의 시에,

 

 <사진 / 고산오름회제공> 

옛날에 길 가는 사람이 있어,

언덕 위에서 세 분 늙은이 만나보았네.

나이는 각기 다 백 살이 넘는데,

서로들 벼 밭에서 가라지를 뽑고 있거든

수레를 멈추고서 세 늙은이에게 물었더라네.

어찌하여 이토록 오래 살게 되었느냐고,

상늙은이 앞으로 나와 대답하기를,

“안방의 마누라가 몹시 추 했다오.”

중늙은이 앞으로 나와 대답하기를,

‘제 뱃속을 헤아려서 먹는 것을 조절했다오.“

아랫 늙은이 앞으로 나와 대답하기를

“밤에 잠 잘 적에 머리를 아니 덮는다오.”

긴요하도다. 이 세 늙은이 이르는 말이여!

이런 까닭에 다른 사람과 달리 오래오래 사는 거라네.하였다.

이로 미루어 음식과 여색女色이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고 그 외에는 머리를 덮고 자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익의 <성호사설> '시문문詩文門‘에 실려 있는 ’야와부수‘라는 글이다.

 

 

 

<사진 / 고산오름회제공> 

 

    여럿이 자다가 보면 코를 골거나 이를 갈기 때문에 얼굴을 덮고 자는 사람도 있고

길을 나설 때는 햇빛이나 자외선을 겁내어 모자나 수건을 쓰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통이 우선 하는가, 현대 의학이 우선하는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저마다 한 번은 생각해봄직한 옛 글이다. 

<출처 :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