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사람은 천천히 걷는다

멀리 가는 사람은 천천히 걷는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우리나라 CEO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 <청춘>의 첫 구절이다. 맥아더 장군이 전쟁터에서도 늘 곁에 두고 음미했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시다. 사무엘 울만이 이 시를 쓴 것은 78세 때였다.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보고 난 뒤에 썼기 때문에 울림이 더 크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98세에 글을 배우기 시작한 한 남자를 생각한다. 그의 이름은 조지 도슨. 미국 뉴올리언스의 가난한 흑인 집안에서 10형제의 맏이로 태어난 그는 학교 갈 시기를 놓쳐 글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문맹이라는 걸 밝힐 수도 없었다. 간신히 얻은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글을 읽을 줄 아는 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지판이나 노동지침 같은 걸 남에게 한 번 듣고는 몽땅 외워 버렸다. 그에게 문맹은 ‘고통스러운 비밀’이었지만 일에 쫓겨 어쩔 수가 없었다.

 

늘그막에 고향으로 돌아와 낚시를 하며 소일하던 그는 어느 날 성인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학교로 달려가 글을 배웠다. 이때 그의 나이는 98세였다. 알파벳 26자를 몽땅 외우고 열심히 학교를 다니면서 ‘장례식 때문에 빠진 사흘’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101세가 되던 해 그는 책을 펴냈다. 그 책이 《인생은 아름다워》였는데 거기에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나이나 학벌 때문에 새로운 출발을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실화. 그래서 그는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삶의 교훈을 온몸으로 보여 준 ‘희망’의 주인공이다. 

 

몇 년 전 96세로 세상을 떠난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 교수도 “60세 이후 30년 동안이 황금기였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어려운 때일수록 마음을 느긋하게 먹자. 멀리 가는 사람은 천천히 걷는다.

 (작은숲 2009년 1월호 게재) / 글 고두현 시인

출처 : 능성구씨도원수공파제주도정선회(綾城具氏都元帥公派濟州道廷先會) /          한걸음 한걸음 착실히 걷는자가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