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나이테

 

 

  [삶의 나이테]

 

나는 어느 숲을 거닐고 있다.
아름드리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
어느 나무 앞에 섰다.

나이테를 본다.
수백 년 생애의 역사를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정리한
어느 수도승의 이력서를 본다.
자신의 삶을 저렇게 간단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경지는
어느 정도의 수련이 있어야하는 걸까.

한 점의 수정도 필요하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리해버리고 삶을 마감한 무심의 등(燈).
그 불빛을 따라 그의 지나온 삶을 들여다본다.

동심원의 나이테 속으로 들어간다.
그의 생애 속을 여행한다. 생명의 리듬을 듣는다.  
삶의 아픔과 기쁨, 한숨과 웃음, 일과 쉼,
화석이 된 채 물결치는 노래들……

아는가.
추운 겨울철을 겪은 나무라야 나이테를 지니게 되지
따뜻한 곳에서 일 년 내내 성장만하는
나무에게는 나이테가 없다는 것을,
아름다운 삶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옹이를 본다.
어느 계절인들 상처 없는 삶이 있을까마는
얼마나 힘들었기에 이토록 찬란한 색을 빚어냈을까.
아픈 만큼 단단해지는 옹이는 다른 부분이 다 썩어도
끄떡 않고 천년을 간다.
나무의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태어나게 된다.

『초원의 바람을 가르다』에서 (신영길작: 나무생각)

 <검은들먹오름 한대오름 2009년 07월 26일산행 사진: 고산오름회제공> 

 

 

 ◈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 살고가는 우리네 인생 아름답고 귀하게 여기며, 서로 사랑하며 마음을 나누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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