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고치와 제비집과 까치집

누에고치와 제비집과 까치집 집 짓고 수리하는 일의 참 가치 누에고치와 제비집과 까치집 열흘 만에 쓰지 않고 버리는 것은 누에고치이며, 여섯 달 만에 쓰지 않고 버리는 것은 제비집이며, 일 년 만에 쓰지 않아 버리는 것은 까치집이다. 그러나 집을 지을 때만 해도 누에는 창자에서 실을 뽑아 집을 짓고, 제비는 침을 토해 진흙을 만들며, 까치는 부지런히 풀과 볏짚을 물어와 짓느라 입이 헐고 꽁지가 빠질 지경이 된다. 그런데도 피곤할 줄 모른다. 이를 지켜 본 사람이라면, 그들의 '앎'을 천박하다 여기며 그 '삶'을 애석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조선 지식인의 아름다운 문장에서 - '추천명언 하나 더' 고기를 잡으려고 쳐 놓은 그물에 기러기가 걸리는 수도 있고, 사마귀가 먹이를 탐내는 곳에 참새가 또한 그 뒤를 엿보기도 한다. 계략 속에 계략이 숨어 있고 변고 밖에 다시 변고가 일어나니, 지혜와 솜씨를 어찌 족히 믿을 수 있으랴. ● 채근담